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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시달리는 소방관 숱한데, 마음 치유까진 먼 길 한소연 2021-04-14 436
공황장애 소방관 극단 선택
법원 ‘업무 연관된 순직’ 인정
PTSD 겪는 소방관 비율
일반 국민 견줘 10배나 높아
‘찾아가는 심리상담실’ 가동하지만
‘소문 날라, 부담 줄라’ 이용률 저조

서울의 한 소방서에서 28년 동안 화재 진압 업무를 해온 소방관 ㄱ(54)씨는 언제부턴가 백화점에서 안내방송을 들으면 몸이 움찔거린다. 화재 신고 때 소방서에서 울리는 출동 예고 방송의 안내음성과 비슷해 본능적으로 긴장하게 된다. 사명감과 보람에 견주면 이런 긴장감은 버틸 만하다. 그러나 ㄱ씨에게도 견딜 수 없는 일은 있다. 관할구역인 한강의 투신사고 현장에서, 화재사고 현장에서, 그는 수없이 많은 주검을 봐야 했다. ㄱ씨는 2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다른 건 다 잊고 살아도 사람들의 죽음을 본 건 절대 잊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ㄱ씨는 이제껏 심리상담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법원이 참혹한 사고 현장을 자주 목격하는 구급 업무를 하다 정신질환을 얻어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관의 죽음은 순직이라고 지난 28일 인정했다. 공황장애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소방관의 정신질환과 업무의 연관성이 인정된 것이다. 소방관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비율은 일반 국민의 10배에 이른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공무원은 84명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의 마음을 돌볼 정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급대원 업무를 10년 동안 해온 경력 20년차 이숙진(44)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소방위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직업병’처럼 찾아왔다고 했다. 이 소방위는 “살인사건 현장에 출동했는데, 혹시 현장 어딘가에 가해자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불안했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구급대원은 늘 극도의 공포감을 안고 일한다”고 말했다. 2007년 처음 정신과 상담을 받은 이 소방위는 의사에게서 “소방관을 그만둬야 오래 사실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 소방위는 자신의 동료들에게 소방관의 업무를 잘 이해하고 공감해줄 ‘동료 상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관련 자격을 취득한 그는 2017년부터 소방공무원으로 꾸린 상담전문팀인 ‘소담팀’의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소방관 3300여명을 상담·교육하고 올해까지 119명을 전문기관과 연계해줬다.

 

정부도 소방관의 마음을 돌본다며 ‘찾아가는 심리상담실’ 사업을 하지만 이용률은 높지 않다. 비밀 유출의 우려도 있지만 심리상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문제다. 이 소방위는 “상담받는다는 사실을 숨기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상담받으면 소문나서 이미지 안 좋아진다’는 인식이 소방관들 사이에 있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소방인력 확충도 중요한 과제다. ㄱ씨는 “인근 소방서에 심신안정실이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 내가 빠지면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마음 놓고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인창 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 총재는 “국외에서는 소방관에게 6개월 단위로 안식기 개념의 유급휴가를 준다. 휴식이 필요한 소방관이 쉴 수 있게 인력 확충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51524.html#csidxd8ec8b489c58e268e3eebd47f654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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